경험으로 만나는 이야기들: 일본의 국립공원

다이센오키 국립공원

오랜 역사, 신화와 멋진 지질학적 현상이 어우러지는 곳

혼슈 서부의 산인 지역에 위치한 다이센오키 국립공원은 역사적, 문화적, 정신적 뿌리를 깊게 품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있는 곳입니다. 이 공원은 돗토리, 시마네, 오카야마의 3개 현에 걸쳐 있으며, 다이센산과 히루젠 지역, 오키 제도 지역, 시마네 반도 지역, 산베산 지역의 4개 영역으로 나뉩니다.

신화가 깃든 땅

이 공원의 놀라운 지질학적 역사는 2천 6백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일본 열도가 처음으로 아시아 본토에서 떨어져 나온 것도 이 시기입니다.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흐르며, 땅이 융기하고 가라앉는 현상, 그리고 해수면 상승과 침식을 거쳐 오늘날 다이센오키 국립공원의 다채로운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이 공원의 여러 지역에는 가파른 산과 넓은 평원, 해안선,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섬, 해식 동굴, 깊고 작은 만 등이 있습니다. 공원 대부분의 식생은 자연림과 초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우 다채로운 나무와 고산 야생화, 잔디를 뽐냅니다. 이곳은 다양한 곤충과 물고기, 조류들이 살기 좋은 훌륭한 서식지입니다. 공원의 반짝이는 개울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일본 장수도롱뇽이 서식하는데, 이 종은 세상에서 가장 큰 양서류 중 하나로 길이가 최대 1.5m에 이릅니다.


다이센오키 국립공원 구역은 8세기 집필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기 ‘고지키’와 ‘일본서기’에 관련된 이른바 이즈모 순환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입니다. 이와 더불어, 733년 완성된 고대 문헌 ‘이즈모노 쿠니 후도키’에도 유명한 ‘땅 당기기 신화’ 등 현지 설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문헌을 통해 8세기 초반 이곳에 살았던 일본인들의 정치와 문화, 영적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순례의 장소

이 공원의 산악 지역은 적어도 7세기나 8세기 이후로 동물 숭배와 신토 신앙, 불교 계율이 합쳐진 일본의 영적 전통 ‘슈겐도’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수행자들은 영적인 능력을 고양하고자 단식, 기도, 고난 견디기 등의 수행을 하며 오랜 시간을 산에서 보냈습니다. 산에 참배하러 가는 관습은 이후 일반인에게도 퍼졌습니다. 다이센오키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옛 수행자들처럼 역사가 깃든 산길을 걸으며 신성한 장소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신성한 산으로 여겨진 덕분에, 수 세기 동안 공원의 숲과 해안선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 환경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다이센오키 국립공원의 방문객들은 다양한 명소와 활동을 골라 즐길 수 있습니다. 공원의 동쪽 지역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1,729m에 달하는 다이센산, 센조산, 미토쿠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신성한 봉우리에는 작은 신사와 사원이 곳곳에 자리한 오래된 너도밤나무 숲을 지나는 유서 깊은 등산로가 있습니다. 다이센산에서는 풀뿌리 자연 보존 및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겨울에는 산이 눈으로 뒤덮여 스키와 스노슈잉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장소입니다. 공원에 자리 잡은 여러 산의 명소는 역동적인 화산이 빚어내는 풍경과 풍부한 생물다양성이 어우러져 있으며, 일본의 신화, 역사와 자연에 기초한 독특하고 전통적인 영성을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신들의 회합 장소

이즈모 타이샤, 혹은 이즈모 대신사는 공원의 서쪽 지역에 있습니다. 이곳은 산인 지역을 통치했던 신토의 신 오쿠니누시를 모시고 있습니다. 신사 근처에는 가을철인 음력 10월(보통 11월)에 모든 일본 신토의 신이 1년에 한 번 강림한다는 모래사장이 있습니다. 이 계절에 방문하면 신이 이즈모에 머문다고 하는 한 달 동안 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다양한 의식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즈모 대신사는 인생의 짝을 찾기를 원하는 현지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즈모 대신사 근처에는 히노미사키 신사와 미호 신사가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멋진 절벽과 해식 동굴이 자리 잡은 시마네 반도와 오키 제도

시마네 반도와 오키 제도에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멋진 해안 절경이 있으며, 대표적인 붉은 절벽과 가가노 구케도 해식 동굴, 일본에서 가장 높은 절벽 중 하나인 인상적인 마텐가이 절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어 보트를 타면 해안을 따라 이동해 커다란 해식 동굴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바다 카약 타기와 스노클링 역시 인기 있는 여름 활동입니다. 오키 제도의 해안에 있는 멋진 바위 지형과 다채로운 지질 단층은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이 제도에는 다른 곳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희귀종 ‘오키 도롱뇽’이 서식합니다. 공원의 연안 해역은 낚시와 물고기 구경으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시마네 반도 서쪽 끝에 떨어져 있는 후미섬에는 괭이갈매기기가 대규모 군집을 이루고 서식합니다.

산베 구역

공원의 서쪽 끝에 있는 산베산은 넓은 초원으로 덮여 있는 휴화산이며, 여러 온천 리조트가 산개하고 있습니다. 이 산은 시마네 반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전하는 이야기인 ‘땅 당기기 신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곳 지하에는 기적적으로 보존된 아주 오래된 숲이 있는데, 4천 년 전 일어난 산의 마지막 분화로 파묻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원 근처에는 수심이 얕고 염분이 섞인 커다란 나카우미 호수와 신지코 호수가 있으며, 조개와 더불어 이주하는 물새로 유명합니다. 두 호수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유서 깊은 마쓰에 도성은 일본 다도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합니다. 마쓰에성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에서 12채밖에 되지 않는 성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