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의 숨겨진 자연: 화산의 경이로움, 치유의 온천, 그리고 시간을 넘어선 전통

규슈는 웅장한 산세와 활화산, 그리고 고즈넉한 온천 마을이 어우러진 곳입니다. 여행길에서 푸른 숲과 끝없이 펼쳐진 초록 언덕을 바라보며 생동감과 평온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생명에 힘을 주다’를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의 연결을 이끌어내는 활기찬 커뮤니티로서의 온천 마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웅장한 자연과 인간이 깊은 유대를 맺고 살아가는 풍요로운 지역 사회의 모습도 함께 마주했습니다.

벳푸와 유후인(Beppu and Yufuin)의 거리에는 온천의 김이 피어올랐고, 나무로 둘러싸인 노천탕에는 온천수가 흘러들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오랜 전통대로 느긋하게 움직이고, 온천에 몸을 담가 휴식을 즐겼습니다.

지고쿠무시

지옥의 맛: 증기로 찐 고기

증기가 자욱한 벳푸를 풍경으로 하는 어느 식당에서 대지가 만들어낸 요리인 지고쿠무시(Jigokumushi)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지열 분출구에서 나오는 천연 증기를 활용한 전통 조리법으로, 음식을 부드럽고 건강하게 익혔습니다. 나무와 대나무 찜기에 신선한 채소, 부드러운 고기, 해산물을 담아 유황 성분이 풍부한 증기로 천천히 조리했습니다. 기름이나 지방을 전혀 쓰지 않아도, 증기가 깊고 구수한 풍미와 독특한 향을 더해, 부담 없으면서도 풍미 가득한 맛을 선보입니다. 자연이 만든 주방에서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맛보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마치 벳푸의 영혼을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유노히라의 강가

전통 등불

규슈의 안개 낀 언덕에 위치한 유노히라는 조용하고 치유되는 듯한 휴양지 같았습니다. 인구 230명에 불과하지만 800년 역사를 지닌 이 작은 마을은 부드럽게 흐르는 강가를 따라 돌길과 등불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의 온천수는 염화나트륨과 황산염을 함유하고 있어 근육을 풀어주고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과거에는 소화나 멀미에 효과가 있는 특별한 샘물도 마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게 방문객을 맞이하고, 6월에는 반딧불이가 밤하늘을 수놓습니다. 특히 별빛 아래에서 천연온천을 즐긴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아소산의 나카다케 분화구

아소산 분화구에서 내려오는 길

언덕을 오르던 중, 아소산의 거대한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습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힘을 품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활화산은 초현실적인 풍경을 빚어냅니다. 이곳에는 오늘날에도 연기와 증기를 내뿜는 나카다케산을 비롯해 여러 개의 화산 봉우리가 있습니다. 모두 아소쿠주 국립공원(Aso Kuju National Park)의 일부로, 광활한 초원과 고요히 자리한 계곡, 그리고 땅이 늘 움직이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증기 분출구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분화구 가장자리를 따라 산을 오르는 동안, 발 아래 전해지는 대지의 맥박이 느껴졌으며, 빛과 안개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규슈의 베니스’ 야나가와

돈코부네 뱃놀이

‘규슈의 베니스’로 불리는 야나가와(Yanagawa)는 고요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가득한 곳입니다. 후쿠오카 남부에 위치한 이 도시는 총 930km에 이르는 운하로 얽혀 있습니다. 과거에는 농업용으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여유로운 뱃놀이를 즐기기에 완벽한 곳입니다. 저는 전통 복장을 입은 뱃사공이 모는 평평한 나무배, 돈코부네를 타고, 오래된 다리와 버드나무, 꽃, 그리고 조용한 가옥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배를 타는 동안 야나가와와 물의 깊은 인연을 느꼈으며, 배에서 내려 이곳을 직접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속에서 한 시간 동안 배에 몸을 맡기고 뱃사공의 퍼포먼스를 지켜본 경험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