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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인 저는 ‘홋카이도’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얼음 조각과 설경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 이미지는 매년 겨울 열리는 유명한 눈 축제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초여름의 홋카이도 여행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 북쪽 섬에서는 화산 지형과 풍요로운 자연, 생동감 넘치는 문화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홋카이도의 시원한 공기는 혼슈나 규슈 같은 일본 남부의 무더운 장마철과 상쾌한 대비를 이룹니다. 차가운 산바람과 녹지 않은 잔설 덕분에 기후는 내내 쾌적했고, 덕분에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생명에 힘을 주다(Saving Lives)’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을 통해 지역 사회가 어떻게 자연을 보전하고, 또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는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자연 풍경 속에서 치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고쓰토야 국립공원은 화산 칼데라와 김이 피어오르는 온천, 울창한 숲, 맑고 투명한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의 보고입니다. 우리는 우선 화산 활동 지형과 곰의 서식지로 유명한 노보리베쓰(Noboribetsu) 마을로 향했습니다.
초록빛 바다 위의 시코쓰토야 국립공원
노보리베쓰 베어파크로 가는 케이블카에 오르자,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케이블카 안에는 커다란 테디베어가 놓여 있어 유쾌한 분위기를 더해주었습니다. 케이블카가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자 시코쓰(Shikotsu)토야 국립공원의 울창한 숲이 발 밑으로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정상에 도착하자 약 70마리의 위풍당당한 에조불곰이 한낮의 햇살 아래 느긋하게 누워 있었습니다. 몸무게가 400kg에 달하고 키가 2m가 넘는 거대한 곰들은 위협적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간식을 자판기에서 사서 건네보려 했지만, 곰들에겐 낮잠이 더 우선인 듯했습니다. 그 대신, 까마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들었습니다.
곰(또는 까마귀?)에게 간식을 주는 체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전망대에 올라 굿타라 호수를 내려다봤을 때입니다. 먼 옛날,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호수는 완벽에 가까운 푸른 원형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간과 불이 만들어낸 완벽한 원형 모양의 굿타라 호수
가까운 주차장에서 도보 5분 거리에는 나무 벤치가 줄지어 있는 얕고 따뜻한 개울이 있었습니다. 개울에 다다르기 전부터 유황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유누마 자연 족욕탕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어갔습니다. 은은한 유황 냄새와 자연의 소리와 어우러져, 명상에 잠긴 듯한 잔잔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숲 속 온천
하루의 마지막은 지고쿠다니, 즉 ‘지옥계곡’ 산책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곳은 증기가 솟아오르는 분출구와 황량한 경사면이 이어지는 화산 지역입니다. 유황 냄새와 기묘한 아름다움은 인도네시아 자바 서부에 있는 파판다얀산 화산을 방불케 했습니다. 지옥계곡을 걷다 보면 마치 지구의 내부로 들어온 듯한 느낌과 함께 자연의 위협과 웅장함이 다가옵니다. 그 앞에서는 지구의 변덕스러운 아름다움조차 겸허히 받아들이게 됩니다.
시코쓰 호수: 태고의 자연이 만들어낸 숨겨진 보석
다음 목적지는 시코쓰 호수였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칼데라 호수로 최대 수심이 363m에 달합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호수가 겨울에도 완전히 얼지 않는 이유는 깊은 수심과 지열 덕분이라고 합니다. 호수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습니다. 백조 보트를 타고 잠시 평온한 시간을 즐기는 동안 잔잔한 바람만이 호수를 흔들었습니다. 온천으로 향하는 관문처럼, 붉은 야마센 철교가 우아하게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백조 보트를 타고 감상한 야마센 철교
시코쓰 호수 관광 안내소에서 저는 몸통 지름이 약 1.2m에 달하는 자작나무와 붉은 연어가 끊임없이 헤엄치는 수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새소리 체험 코너’에서는 버튼을 눌러 숲속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관광 안내소 내부: 새소리를 울리는 버튼과 연어가 헤엄치는 수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성수기 전이라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 한산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기대감이 감돌았습니다. 상인들뿐만 아니라, 호수와 산까지도 여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습니다.
삿포로라는 도시는 조용하고 한적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곳은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로 2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자카르타에 비하면, 삿포로는 드물게 균형 잡힌 도시였습니다. 활기찬 도시의 면모를 갖추면서도, 북적이거나 숨 막히는 인파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골목길의 등불에서 엿보이는 150년 간의 지역 자부심
니조 시장에서부터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1800년대 후반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해산물과 농산물을 제공해온 전통 시장입니다. 곳곳에 진열된 큼지막한 홋카이도 대게와 손글씨로 적힌 간판들이 공간에 따뜻함을 더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천장에 부표로 만든 조명이 매달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조명은 삿포로가 도시로 형성된 19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 자리에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큼지막한 홋카이도 대게 – 인도네시아 대게는 명함도 못 내밀 크기
삿포로 TV탑에 가서는 전망대 대신 19층이 시청으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는 상징적인 철탑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건물들과 녹지가 어우러진 도시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도시 경관 위로 우뚝 선 삿포로 TV탑
몇 블록 떨어진 곳에는 역사 깊은 삿포로 시계탑이 있었습니다. 1878년에 지어진 이 시계탑은 우리가 아래에 있는 동안 11번 종을 울렸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도 사흘에 한 번씩 시계 상태를 점검하고 조율한다고 합니다.
매 시간 울리는 시계탑 - 완벽하게 보존된 시간의 상징
마지막 목적지는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로 ‘아카렌가(붉은 벽돌)’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이 건물은 1888년에 지어졌으며, 홋카이도가 개척되던 초기에 행정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네오바로크 양식과 유럽풍 건축미를 지닌 이 건물은, 주변의 푸르른 녹음과 아름답게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진 삿포로 속의 유럽 감성
홋카이도는 요란하게 이목을 끌지 않습니다. 그 대신 조용히 속도를 늦추며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의 연결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는 2025 오사카 엑스포의 주제인 ‘생명 구하기, 생명 강화하기, 생명 연결하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보듬는 온천부터 자연보존을 상징하는 호수,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도시까지, 홋카이도는 이러한 모든 가치를 조용히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①New Chitose Airport
②Noboribetsu
③Lake Shikotsu
④Furano
⑤Sapporo
⑥Akanko Ainu Kotan
⑦Kamuy Lumina
⑧Lake Akan
⑨Kushiro Airport
글쓴이: 후스눌 하이야(Husnul Hayyah)
저자 소개: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인도네시아 국가개발기획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며,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고요한 평화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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