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 도호쿠 야마부시와 함께 시코쿠 순례길에서 혼합주의적 종교와 슈겐도에 대해 알아보기
슈겐도란?
일반적으로 일본 종교에 관한 대화 주제는 크게 ‘신도’와 ‘불교’라는 두 가지 교리로 나뉩니다. 신도는 일본의 고대 토속 종교로 신사에서 신봉되며, 선사시대인 조몬 시대(기원전 14,000~300)로 거슬러 올라가는 정령 숭배 신앙보다도 훨씬 이전의 형태에서 진화되었습니다. 반면 불교는 사찰에서 신봉되는 교리로, 6세기 한국을 통해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두 교리에 대한 역사적 실상은 생각보다 간단명료하지 않습니다. 불교가 일본에 들어왔던 시기는 신도가 완전히 형성되기 이전이었고, 수 세기 동안 이 두 가지 신앙은 서로 얽혀 함께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공생 관계는 신도와 불교의 분리에 관한 1868년 칙령이 선포되고, 신도가 일본의 공식 종교로 자리를 잡으려 하면서 끝나게 됩니다.
또한 신도와 불교가 함께한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제3의 종교가 태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슈겐도’입니다. 슈겐도는 신도와 불교의 요소가 원시 정령 숭배 신앙인 도교, 그리고 일본에서 성지로 숭배되던 여러 산에서 이루어지곤 했던 샤머니즘적 수행과 결합된 혼합 종교입니다. 슈겐자 또는 야마부시(‘산에 머무르는 사람들’이라는 뜻)로 알려진 슈겐도 수행자들은 흰색과 짙은 황색으로 된 가운형 수행 복장을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소라고둥 나팔을 불며 수행에 정진합니다.
슈겐도의 기원 및 발전
슈겐도의 기원은 고대 왕족인 하치코 왕자(542~641)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치코 왕자는 자신의 아버지인 수순 천황(~592)을 암살한 후 데와국(지금의 야마가타현)의 산으로 쫓겨 들어갔습니다. 당시 그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역 작물과 쌀 재배 역사의 기틀이 된 곡물을 가지고 간 덕분에 쓰루오카 지역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언젠가 알 수 없는 질병이 쓰루오카 지역의 마을을 강타하자 하치코 왕자는 인근의 하구로산에 들어가 100일 동안 홀로 자연과 영적인 교감을 나누며 역병의 진정을 기원했습니다. 그는 산악신 하구로 곤겐(일본의 비로자나불)으로부터 계시를 받아 정화의 불꽃을 가지고 쓰루오카로 돌아와 역병을 근절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일이 있은 후 하치코 왕자는 ‘노조센’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산의 영험한 기운을 경험한 노조센은 하구로산, 유도노산, 갓산산을 통칭하는 데와산잔 (‘데와에 있는 세 곳의 산’이라는 의미)에서 남은 삶을 산신 숭배에 헌신하기로 하고, 이 세 곳의 산꼭대기에 신전을 세우기에 이릅니다. 노조센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엔노 오즈누(654~700)가 노조센의 가르침을 슈겐도로 성문화했고, 이후 슈겐도의 관례와 혼합주의적 신들의 사당을 나라현, 와카야마현 그리고 시코쿠 섬에 전파했습니다.
이후 슈겐도는 일본 전역의 산으로 퍼지게 되었고, 13세기부터는 더욱 체계적인 금욕적 수행 시스템으로 발전하여 일본 전역에 후다쇼(‘성지’) 네트워크와 순례자들을 위한 산장까지 갖추게 되었습니다. 곧 슈겐도에는 속죄와 고행을 추구하는 범죄자 및 추방자들, 자연 속의 삶을 통해 영적인 부활을 꿈꾸는 일반인까지 다양한 배경의 추종자들이 생겨났습니다.
도쿄 다카오산의 텐구상
지역 사회와 슈겐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슈겐자가 지닌 산에 대한 정보와 약초에 대한 지식을 높게 평가하여 영적인 또는 의료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지역에서는, 특히 보수적인 불교도로부터 불신의 눈초리를 받았습니다. 슈겐자는 험준한 바위와 절벽을 잘 타고 다니는 민첩함 덕분에 ‘텐구’라고도 불리게 되었는데, 텐구는 위험한 산의 정령으로서 야마부시 복장에 ’도긴’이라는 스컬캡을 쓰고 있는 모습으로 종종 묘사됩니다.
지금도 사제 또는 교육자로서의 야마부시를 자처하는 수행자가 존재하긴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실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들은 1년에 서너 차례 정도 입산하여 속세의 걱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 위한 수행에 정진합니다.
야마가타현의 하구로산에는 오래된 숲과 수많은 고대 건축물이 있습니다.
데와산잔 순례
가장 인기가 많은 목적지는 바로 야마가타현과 데와산잔입니다. 하구로산 아래 마을에는 전통적인 슈쿠보(숙박용)가 많습니다. 순례자 및 여행객들은 이곳에 머물며 하구로산의 오래된 숲과 고대 건축물 사이를 거닐고, 17세기 하이쿠 마스터인 마쓰오 바쇼와 12세기 승려 전사인 벤케이 등 역사적인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슈쿠보는 75세의 야마부시 마스터인 호시노 후미히로(야마부시 이름인 ‘쇼분’으로 유명함)가 운영하는 다이쇼보입니다.
슈겐도 초보 수련자의 대표적인 슈겐도 입문 방법은 바로 3일간의 여름 수행입니다. 야마부시 마스터인 호시노는 수련 희망자들을 하구로산, 갓산산, 유도노산을 도는, 죽음과 부활을 상징하는 슈교 순례길로 안내합니다. 1년에 약 30명의 야마부시 지망생이 이 수행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 팬더믹으로 인해 6명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입문자용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3일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참가자는 반드시 침묵에 가까운 수행에 동참해야 하며, 교사의 안내에 대해서는 오직 ‘우케타모’(‘저는 받아들입니다’라는 의미)라는 말로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긴 지팡이를 들고 시로쇼조쿠(자신의 죽음을 상징함)라는 흰옷에 호칸(부활 그리고 자궁 속에서 태아가 머리를 대고 있는 태반을 상징함)이라는 흰색 두건, 기도용 비즈, 앞 코가 두 갈래로 나뉜 타비 부츠를 착용한 초보 수련자들은 하구로산 정상까지 나 있는 2,446개의 돌계단부터 유도노산의 신성한 바위, 앞사람의 발자취를 따를 수밖에 없는 좁고 거친 길까지 산이 그들 앞에 내미는 모든 도전들을 피하지 않고 응해야 합니다.
현세를 나타내는 하구로산, 전국의 죽은 영혼이 일본의 추석인 오봉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모여있는 곳으로 사후 세계를 나타내는 갓산산, 그리고 환생을 상징하는 유도노산에서의 수행에는 이 외에도 야간 산책, 불 뛰어넘기, 훈도시 차림의 폭포 수행을 일컫는 타키교, ‘난반 이부시’라고 불리는 신비로운 연기 의식 등이 있습니다.
야마부시 지망생의 필수 의식인 타키교 폭포 수행
이러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수련자는 녹초가 되어 탈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영적인 부활을 이뤄냈다는 것에 대해 아이가 느낄 법한 순수한 희열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훈련만으로는 정식 야마부시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공식 야마부시 이름과 하푸리(‘사제’)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일주일 동안 ‘아키노미네’라는 엄격한 가을 금욕 의식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 금욕 의식을 끝내면 마지막으로 100일 동안 ‘후유노미네’라는 겨울 기도 의식을 통해 노조센을 기리게 됩니다. 이를 통과하면 마츠노히지리(‘소나무의 마스터’)라는 최종 지위를 얻게 됩니다. 마스터 호시노는 60세에 이 마지막 단계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시코쿠 헨로는 가장 유명한 불교 순례길 중 하나입니다.
시코쿠 순례의 진정한 시작
일본 본토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 섬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시코쿠 헨로 불교 순례길로 유명합니다. 1,200km에 달하는 이 순례길에서 진언종을 개창하고 일본 전역에 불교의 가르침을 보급한 핵심 인물인 승려 구카이(774~835)가 수행하거나 머물렀다고 여겨지는 88개의 사찰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 진언종의 기원, 그리고 구카이가 고야산(와카야마현)부터 북쪽으로는 야마가타현까지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한 영지를 개창하기 전까지 실제로 시코쿠에 거주했다는 확실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실 슈겐도의 역사적인 영향력이 없었다면 시코쿠 헨로 순례길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시즈치산 (현대 시코쿠 헨로 순례길의 제64번 찰소)은 685년 엔노 오즈누가 슈겐자를 위해 개창한 영지입니다.
이후 구카이의 유산에 매료된 중세의 히지리 순례자들은 고야산 을 떠나 시코쿠의 해안선을 따라 머물며 수행에 매진하게 됩니다. 슈겐도가 13세기와 14세기에 더 널리 퍼지게 되자 야마부시 또한 수행을 위해 시코쿠 섬으로 모여듭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시코쿠 영지와 슈쿠보의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점차 수많은 영지들 간의 교류와 종파를 초월한 결속의 길이 열리게 되어 이것이 시코쿠 순례길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정착된 88개의 영지는 순례를 목적으로 한 초기 관광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됩니다. 전국 각지의 마을에서는 자금을 걷어 시코쿠 헨로 순례에 참여할 대표자 한 명을 뽑았고, 이렇게 뽑힌 대표 참여자들은 88개의 사찰에서 흙을 가지고 돌아가 사람들에게 ‘가상’ 성지 순례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자신을 선택해 준 마을 사람들의 관대한 마음에 보답하곤 했습니다.
이시즈치산은 7세기부터 슈겐자들의 숭배를 받았습니다.
오늘날의 시코쿠 헨로 순례자들은 슈겐도의 영향력을 즉각적으로 느끼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시즈치산에는 아직도 그 유산이 강하게 남아 있으며, 매년 7월이 되면 야마부시들이 시코쿠 섬으로 대거 몰려들곤 합니다. 5월부터 10월까지는 노조센의 가르침을 아직 온전히 실천하고 있지 않은 일반 여행객과 순례자들도 ‘야마부시 체험’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행에 심취한 나머지 야마가타현의 마스터 호시노와 함께 60세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 평생의 소명으로서 수행에 매진하게 될지도 모르니 부디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쿠보지는 헨로 순례의 88번째 찰소인 마지막 사찰입니다.
운영 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운영 시간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방문 전에 다시 확인해 주세요.
도호쿠 관광 정보
일본 북부에 위치한 도호쿠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불과 2~4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로 자연, 역사, 문화적 매력이 풍부한 여행지입니다. 봄에는 한 달 내내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다양한 축제가 도시 곳곳에서 열립니다. 가을에는 도시와 산 전체가 붉게 물들고, 겨울에는 펑펑 쏟아지는 눈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일본 여행이 자유로워지는 날이 다시 오면 도호쿠 지역을 꼭 방문해 보세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도호쿠 관광 진흥 기관
https://www.tohokukanko.jp/kr/index.html
Facebook: https://www.facebook.com/TohokuTourism/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tohokutourism/
시코쿠 관광 정보
시코쿠는 88개 사찰을 걸으며 수행했던 승려 구카이의 순례 문화의 본고장입니다. 순례길의 전체 길이는 약 1,400km에 이릅니다. 아일랜드 호핑, 이시즈치산을 배경으로 즐기는 전기자전거, 일본 3대 급류 래프팅 명소 중 한 곳인 요시노강에서의 래프팅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가 열리기도 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해 주세요.
시코쿠 관광진흥기구
https://shikoku-tourism.com/ko
정보
Yamabushido.jp (야마가타현에서의 슈겐도 수행) |
Hagurokanko.jp (하구로산 관광 정보) |
|
WEB：https://hagurokanko.jp/en/facilityc1/facilitydewasanzan/ |
쇼나이 관광객 협회(데와산잔 관광 정보) |
Peaks of Wisdom(슈겐도를 통해 야마가타의 산 탐험하기) |
이시즈치산 슈겐도 체험(일본어만 제공) |
시코쿠 88개 사찰 순례 협회 |
시코쿠 헨로(시코쿠 관광진흥기구) |
|
WEB：https://shikoku-tourism.com/ko/shikoku-henro/shikoku-henro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