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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 규슈 및 주고쿠 지역에서 즐기는 지속 가능한 여행 일본 여행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로 인해 뒤늦게나마 에너지 및 운송 부문을 중심으로 보다 환경친화적인 방식을 택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양 플라스틱, 패스트 패션, 음식물 쓰레기, 토양 고갈 등의 문제는 우리에게 자원 중요성을 진지하게 일깨워 줍니다.

여행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글로벌 팬데믹 이후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기 관광지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이제 많은 여행객은 속도를 늦추고,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숨은 명소를 찾아보며, 이런 지역과 조화롭게 연결되고자 합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트렌드는 유엔(UN)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로 내놓은 지속 가능 관광 비전과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일본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염두에 두면서 방문객, 산업, 환경, 여행지 로컬 커뮤니티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지속 가능한 관광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자 합니다.

요시노가리 야요이 역사 공원은 규슈 사가현에서 발견된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 중반까지를 가리키는 시대 명칭)의 해자를 재건한 곳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에 적합한 규슈 및 주고쿠 지역의 고유성

일본에서 지속 가능성의 뿌리는 야요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에 해당하는 야요이 시대는 초기 농경 사회로 음식, 직물, 예술 및 공예품이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야요이 유적은 남서쪽 끝에 있는 일본의 주요 섬인 규슈 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야요이 시대 사람들은 그곳에서 혼슈를 향해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주고쿠 서부 지방을 시작으로 그 후 동쪽 및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일본 전통문화와 관습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자연과 계절에 대한 숭배의 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온화한 기후, 여유로운 생활 방식, 다양한 관광 명소,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접근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액티비티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갖춰진 사이클링 인프라에 고유한 역사가 어우러진 규슈 지역(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 나가사키현, 오이타현, 사가현으로 구성)과 주고쿠 지역(히로시마현, 오카야마현, 시마네현, 돗토리현, 야마구치현으로 구성)은 번잡한 일상을 뒤로하고 조금 더 여유롭게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이상적인 여행지가 되어 줄 것입니다.

시골로 돌아가기: 일본의 유기농 농장 체험

앞서 일본의 초기 농경 역사를 잠시 살펴보았으니, 농장과 관련된 지속 가능한 여행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하는 형태에 따라 편안한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직접 노동에 참여하는 체험형 액티비티가 될 수도 있는 농가 체험은 단순히 농가 민박을 의미하는 팜스테이 ‘노카 민슈쿠’부터 일일 워크숍, 또는 몇 주에서 몇 달간 농사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반적인 농장 체험 등의 다양한 옵션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카야마현의 츠키히 팜스테이에서는 히토토키 카페에서 식재료로 사용하는 농작물을 직접 수확할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히토토키 카페

오카야마현 북부이자 돗토리현 근처 가가미노에 위치한 노카 민슈쿠인 츠키히에는 다양한 체험 옵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츠키히를 운영하는 가족은 푸르른 고산 지대에 매료되어 살충제와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 농법을 시작하게 되었고, 히토토키라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근처 온천을 비롯한 지역 환경을 즐기는 것은 물론 채소 수확, 장작 패기, 소바 수타면 뽑기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미리 이야기만 해두면 비건 식단이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식사가 준비됩니다.

세토 내해의 해안에 자리잡은 오노미치의 피치포크 농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의 유명한 시마나미 사이클링 루트와 가까운 피치포크 농장도 지속 가능성과 외부에서 에너지를 제공받는 대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생활방식인 오프 그리드(off-the-grid) 에너지를 추구합니다. 일본의 농부이자 철학자였던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가르침에서 영감을 얻어 무경운 농업과 혼합 재배를 실천하며, 자유롭게 방목해 키우는 양, 닭, 오리를 통해 잡초와 해충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장 숙박 시설이 2022년 오픈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으며, 현재는 영어 및 일본어로 진행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계절별 농장 워크숍을 통해 종자 보관, 삼림 관리, 축산, 직물 기법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농경 생활을 깊이 있게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도 다양합니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시골 스테이 정보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우프(WWOOF)’를 통해서도 팜스테이 관련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우프 운동의 일본 현지 단체인 우프 재팬(WWOOF Japan) 웹사이트에서는 구마모토현의 유사쿠 농장 등 규슈 및 주고쿠 지역에서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활동할 농장 자원봉사자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일본 내 농장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면의 평화를 찾아서: 템플 스테이의 매력

농사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더 깊은 관심이 있다면, 유서 깊은 절에서 신성한 숙박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혼잡한 일상과는 동떨어진 새로운 곳이면서도 다양한 체험 장소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템플 스테이 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이타현 기츠키 소재 몬주센지 절의 템플 스테이 숙소
사진 출처: 몬주센지

슈쿠보(템플 스테이 숙소) 정보 취합 사이트인 ‘슈쿠보 겐큐카이’의 홍보 담당자는 사람들이 점차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행복과 체험을 중시하게 되고,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사찰이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장소로 여겨지기 때문에 템플 스테이의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슈쿠보 겐큐카이’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불교 종파로 구성된 300여 개의 사찰 네트워크를 통해 장소별 검색이 가능하며 자젠(명상), 샤쿄(경전 쓰기), 타키교(폭포 수행) 등 여러 가지 금욕 수행 및 활동도 제안해 줍니다. 음식에 관해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대다수의 절에서는 전통적인 채식 사찰 음식인 쇼진료리(사찰요리, 精進料理)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일부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비건 식단을 원할 경우에는 사찰에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톳토리현에 위치한 고타쿠지 절에서의 샤쿄(경전 쓰기)
사진 출처: 고타쿠지

규슈에서 템플 스테이를 제공하는 몬주센지(文殊仙寺)는 오이타현의 기츠키역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습니다. 여행객들은 한때 지역 봉건영주가 사용했던 숙소에서 자젠(坐禅) 및 샤쿄(写経) 세션에 참여할 수 있고, 주지승 동행하에 가까운 성산(聖山)으로 산책을 나갈 수도 있습니다. 주고쿠에서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적인 슈쿠보는 돗토리현의 고타쿠지입니다. 카페와 바를 갖추고 있는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체험 활동은 물론 이탈리안 스타일이 가미된 쇼진료리도 맛볼 수 있습니다.

여행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시간: 또 다른 지속 가능한 여행 활동

일본 지방의 인구 감소로 텅 빈 건물과 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지속 가능성은 지역 공감을 토대로 기존 건물과 인프라의 목적을 변경하는 지역 재활성화를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습니다.

오노미치 게스트 하우스인 미하라시테이에서는 100년 된 언덕 빌라에서 세토 내해의 장엄한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사진 출처: 오노모치 게스트 하우스 미하라시테이

지속 가능한 여행 컨셉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도시는 앞서 언급했던 히로시마현의 항구 도시, 오노미치입니다. 오노미치 아키야 사이세이 프로젝트는 오노미치의 비어 있는 건물을 새로운 목적으로 활용하여 관광을 증진시키고 커뮤니티 구축과 젊은 가족의 유입을 촉진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장소 두 곳은 예전 스타일의 긴 타운하우스 좁은 통로에 지어진 독특한 호스텔인 아나고노네도코, 그리고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언덕 위 100년 된 빌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미하라시테이입니다.

오노미치 U2는 독립 호텔이며 1942년 항구 창고에 지어진 식당가입니다.
사진 출처: 데츠야 이토(오노미치 U2에서 제공)

오노미치 U2도 용도가 변경된 건물입니다. 오노미치 U2는 독립 호텔, 소매점, 식당가로 이루어진 복합 시설로 1942년 건설된 항만 창고에 조성되었습니다. ‘호텔 사이클(Hotel Cycle)’이라는 호텔은 자전거 정비사를 상주시켜 투숙객의 자전거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현지 사이클링 문화와 숙박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피치포크 농장과 다치바나 섬유 연구소(Tachibana Textile Institute)는 종자 개발과 유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직물 생산에 특화된 워크숍을 공동 주최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다치바나 섬유 연구소

이 지역은 지속 가능한 섬유에 대한 풍부한 유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와 오카야마는 일본의 대표적인 데님 생산지입니다. 일본의 데님 브랜드는 유엔(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따라 의류 생산에 임하는 수많은 현지 워크숍을 개최하며 이들 중 일부 워크숍에서는 투어나 액티비티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호텔 사이클’ 또한 투숙객에게 데님 가운을 제공하며 데님 산업 홍보에 동참하고 있으며, 오노미치의 다치바나 섬유 연구소(Tachibana Textile Institute)에서는 피치포크 농장의 지속 가능한 천연 펠트 제품들을 선보입니다. 마치 수많은 실로 짜인 직물과도 같은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우리 사회에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