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군마현에서 만나는 세계문화유산과 실크의 역사

Photo credit: Tomioka City

일본 실크의 성공을 부른 작은 시골 마을

군마현 남서부에 위치한 산이 멀리 보이는 토미오카 마을은 도쿄의 패션 디자인 하우스나 기모노를 입은 게이샤가 손님을 맞이하는 교토의 번화가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일본 실크의 아름다운 색감, 매혹적인 광택, 정교한 부드러움에 감탄한 적이 있다면 토미오카 제사장을 방문해 보세요.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은 사실 일본 현대 실크 산업의 발상지입니다. 토미오카는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기계식  제사(製絲) 공장의 부지로 선정된 곳입니다. 현지 혁신 기술과 서양 기술의 결합을 통해 가내수공업에서 시작한 이곳의 실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본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작은 도시 중 하나였던 토미오카가 일본 역사에서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요? 토미오카 제사장을 포함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총 네 곳의 실크 명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섬유 산업의 역사적 랜드마크, 토미오카 제사장

1872년에 지어진 토미오카 제사장의 실크 방적 공장이 보존되어 있습니다.

Photo credit: Tomioka City

1800년대 후반, 일본은 2세기 반 동안의 자의적 고립을 끝내고 전 세계에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는 국제 무역으로 이어졌고, 일본은 수출할 만한 물건을 찾던 중 실크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발견했습니다. 실크 천 대신 생사를 수출하는 것이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일본 정부는 1872년 프랑스 자문단을 초청하여 토미오카 제사장의 설립을 지원했습니다. 이 공장은 당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효율적인 수입 기술과 견고한 벽돌 구조, 구내 직원 식당, 의료 센터, 직원 숙소를 갖춘 곳으로,  일본 각지에서 시찰단이 방문하는 근대화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115년 동안 생사를 생산한 이 실크 방적 공장은 1987년 운영이 중단됐지만,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방문객들이 제사 기계를 구경하고 실제로 실을 뽑아내는 제사 시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세카이토 방문자 센터에서 세계문화유산 토미오카 제사장 및 관련 명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세요

일본어로 '세카이(세상)'와 '이토(실)'의 합성어인 세카이토의 입구에는 '하나마유'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실크 누에고치 예술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Photo credit: Gunma Prefecture

세계문화유산인 토미오카 제사장 및 관련 명소는 최고급 생사를 대량 생산하고 글로벌 기술 교류를 촉진한 일본의 획기적인 발전을 상징합니다. 세카이토 방문자 센터는 이 명소의 중요성뿐 아니라, 실크 산업 및 문화적 영향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토미오카 제사장에서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 센터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독보적인 실크 생산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토미오카가 제사 공장 설립지도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누에고치, 담수, 석탄 등 실크 생산에 필요한 필수 자원이 풍부한 전통 양잠(養蠶)업의 중심지에 위치한 이 공장은 혁신적인 발전의 진원지가 되었습니다. 이 공장은 전국 각지의 여성 노동자들을 교육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공유하고 기술을 전파했습니다.

1909년 일본은 세계 최대의 생사 수출국이 되었으며 1930년대에는 일본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아라후네 후게쓰(냉장 시설), 타지마 야헤이 양잠 농장, 다카야마샤 양잠 학교, 토미오카 제사장 등 네 곳은 일본이 세계 최대의 생사 생산국으로 부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누에 알 관리부터 실을 뽑는 정련 과정까지, 이 장소들은 일본 실크 산업에 대한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며, 방문자 센터에는 이러한 역사의 상징들이 생생하게 전시돼 있습니다.

_{세계문화유산인 세카이토 방문자 센터가 사용하던 누에고치 창고는 쿠마 겐고 씨가 복원했습니다. 붉은 벽돌 벽을 포함해 건물 구조를 기존과 동일하게 그대로 구현했습니다.}

_{Photo credit: Gunma Prefecture}

방문자 센터에서는 누에 알부터 시작하여 복잡한 생사를 감는 과정까지 실크 전체 생산 과정을 한눈에 배울 수 있습니다. 아라후네 후게쓰(냉장 시설)는 누에 알 보관 및 부하를 위한 특수 시설로, 원활한 누에 부화가 가능하도록 도왔습니다. 타지마 야헤이 양잠 농장과 다카야마샤 양잠 학교는 누에가 누에고치 단계까지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토미오카 제사장은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기술력으로 기계화를 통해 실크 생산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곳 전시는 일본의 풍부한 실크 생산 유산을 담고 있으며, 1층에서는 실크 산업 역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2층에서는 해당 주제에 대한 더 깊이 있는 탐험을 할 수 있습니다.

토미오카를 넘어 군마의 다른 세계문화유산 실크 명소를 방문해 보세요

아라후네 후게쓰(냉장 시설) 유적지는 토미오카 제사장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Photo credit: Gunma Prefecture

군마 양잠업자들은 누에 알을 차갑게 하면 부화가 지연되어 일 년 내내 누에를 키우고 실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별도의 냉장 장비도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400년 전 산사태로 일부가 깎여나간 산비탈에서는 바위 밑에 갇힌 비와 눈이 얼어붙어 내리막길의 공기 흐름을 냉각시킵니다. 여름에도 경사면 바닥의 온도는 5°C(41°F) 이하로 유지되는 덕분에 아라후네 후게쓰는는 부화할 때까지 누에 알을 차갑게 보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다카야마샤 양잠 학교의 누에고치 사육실

Photo credit: Gunma Prefecture

누에는 부화 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데, 지역 양잠가인 타지마 야헤이와 다카야마 초고로는 이 연약한 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1800년대 중반, 타지마는 실내 개구부를 통해 누에를 키우는 지붕에 공기가 순환될 수 있는 건축 구조인 '고시야네'를 대중화했습니다. 그 후 다카야마는 숯 화로를 사용하여 실내의 열과 습도를 최적화하는 아이디어를 추가했습니다. 지금은 타지마의 후손들이 이 집에 살고 있지만, 타지마 야헤이 양잠 농장 안뜰과 뽕나무 창고 1층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다카야마 양잠 학교도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두 곳 근처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방문해 보세요.

타지마 야헤이 양잠 농장에는 ‘고시야네’라고 불리는 독특한 지붕이 있습니다.

Photo credit: Gunma Prefecture

군마현의 흥미로운 문화유산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하루나산의 '하루나 후지' 봉오리가 마치 거울처럼 하루나 호수에 비친 모습입니다.

도미오카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하루나 산은 하이킹 코스, 로프웨이, 호숫가 휴양지, 보트 대여소 등에서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산 아래쪽에는 인기 있는 온천 마을인 이카호 온천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지금처럼 항상  고요하고 편안한 곳만은 아니었습니다. 현재는 휴화산이지만, 1,500년 전에 일어난 마지막 분화로 당시 이곳 지역 마을이었던 쿠리오 광산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재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 고고학 발굴을 통해 이곳에서 일본 고분 시대(3세기 중반에서 6세기 후반)의 일상 생활을 잘 보여주는 잘 보존된 도자기, 갑옷, 건물 토대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한편, 집에 일본 예술품을 더하고 싶다면 군마의 우사부로 코케시를 경험해 보세요. 우사부로 코케시는 70년 넘게 장인 한 명이 고향인 신도 마을의 숲에서 자란 나무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코케시 인형을 제작해 온 회사입니다. 우사부로의 신도 공방에서는 완성된 인형 외에도 방문객이 직접 코케시를 칠할 수 있는 수업도 진행하여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코케시 페이스 페인팅 워크숍에서 방문객은 6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Photo credit: Usaburo Koke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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