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 일본 전통식 쪽 염색 기법 '아이조메'의 기원 탐방
800년 역사를 지닌 도쿠시마현의 명물 염색 기법
도쿠시마는 일본 열도를 이루는 네 개의 주요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 시코쿠의 네 개 현 중 한 곳으로, 교토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며, 천연 쪽빛염색의 본거지로 유명한 일본의 명소입니다. q식물 유래 성분의 전통 염료를 사용해 원단을 염색하는 기법은 오랫동안 도쿠시마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해왔습니다. 도쿠시마현의 옛 이름은 아와이며, 이곳만의 독특한 쪽빛염색 기법을 "아와아이"라고 합니다. 아이조메란 전통적인 쪽빛염색 기법을 말합니다. 천연염료로 쪽빛염색한 옷도 '아이조메'라고 부릅니다. 이 원단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항균 효과까지 있습니다.
도쿠시마는 대부분 산과 바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매년 8월이면 며칠 동안 이어지는 민속춤 축제인 아와오도리 마쓰리를 구경하러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도쿠시마현을 찾아옵니다. 도쿠시마현은 도쿄에서 비행기로 70분 거리에 있습니다.
도쿠시마의 아이조메는 약 800년간 명맥을 이어온 전통 염색 기법이며, 이 기법의 발달에 이 지방이 사실상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쿠시마 북쪽을 흐르는 요시노강이 주변의 토양에 물을 공급해 염료를 추출할 일본산 쪽(Perisicaria tinctoria)이 잘 자라는 이상적인 환경이 조성됩니다.
도쿠시마현 북쪽을 관통하여 흐르는 요시노강
도쿠시마에서는 16세기 무렵부터 쪽 염색의 수익성을 알아보았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이 부근의 토지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으로 염료 생산을 장려했습니다. 덕분에 염색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가공 기법도 점차 세련되게 발달하여 쪽빛염색의 수준도 향상되었습니다. 이곳만의 고급 염색 기법을 "아와아이"라고 하는데, 일본 전국에서 명성을 얻으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파리와 줄기를 분리하는 일꾼들
작업자들은 쪽 염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인 이파리와 줄기를 분리합니다. 염료 생산업이 전성기를 맞았을 때는 도쿠시마현의 농부 2,000여 명이 동원되어 쪽 재배와 가공에 전념했습니다.
천연 쪽빛염색 - 식물 유래, 미생물 성분
아와아이 염료를 만드는 원자재는 일본산 쪽에서 추출한 쪽 염료(아이)입니다. 특히 도쿠시마의 염료 생산량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미이타에서 쪽을 대량 재배하고 있습니다. 와타나베 겐타 씨는 염색공이자 이제는 정말 극소수만 남은, 염료를 직접 생산하는 염색 장인인 "아이시" 중 한 명입니다.
3월에 씨를 파종하고 여름철에 두 차례 수확하는 일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다만 쪽을 밭에 심어 염료를 생산하기까지 전체 공정은 꼬박 일 년이 걸립니다. 겐타 씨는 원자재인 식물을 직접 재배하여 가공하는 전 과정을 다룰 뿐만 아니라 제품을 디자인, 제조하여 염색을 마친 완제품을 판매하는 과정까지 모두 관리하는 일본에 얼마 남지 않은 장인입니다.
일본산 쪽을 심은 밭을 돌보는 겐타 씨
겐타 씨는 '아이'를 심고 길러 원자재를 마련하고 제품을 디자인, 제조하여 판매까지 마치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장인입니다. 쪽은 약 다섯 달 정도 키워서 이파리를 따 약 세 달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발효된 결과 만들어진 재료를 "스쿠모"라고 합니다. 겐타 씨는 스쿠모의 품질에 따라 쪽 염료의 선명도가 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J일본산 쪽의 이파리를 발표시켜 스쿠모를 만듭니다. 스쿠모는 쪽 염료를 만드는 기본 재료입니다.
자연이 키워낸 '아이'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스쿠모의 품질이 염료의 색 선명도를 좌우합니다. 스쿠모가 완성되면 장인들은 백 년이나 명맥을 이어온 잿물 발효법을 써서 액상 형태의 쪽 염료를 만듭니다. 먼저, 스쿠모를 석 달 동안 가만히 둡니다. 석 달이 지나면 아이시가 천연목을 태워 만든 재, 사케와 밀기울을 넣어줍니다. 이렇게 재료를 더하면 염기성이 강한 환경이 조성되어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탈산화 반응을 촉진하여 염료를 만드는 과정이 촉진됩니다. 요즘은 쪽빛염색 제품을 만들 때도 대부분 화학 염료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가미이타 지방의 장인들은 전통식 그대로의 잿물 발효법의 명맥을 이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천연 잿물 발효법을 쓰는 겐타 씨의 작업 과정
겐타 씨는 화학적 공정을 통해 생산한 염료와 비교해 천연 쪽 염색 기법을 쓰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천연염료는 원단의 섬유소 깊은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랠 가능성이 작습니다.
겐타 씨는 뒤이어 염료에 관해 더 자세히 설명하면서, 미생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하며 염료의 품질이 우수한 까닭은 도쿠시마현의 자연환경 덕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쿠시마라는 지역 자체가 염료의 아름다운 짙은 남색을 내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요인입니다. 겐타 씨는 전통문화라는 틀을 벗어나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는 아이조메 제품을 고안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꼼꼼히 지적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쪽빛염색 기법
전통식 쪽빛염색 기법을 일컫는 말인 '아이조메'는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공법입니다. 어떤 기법을 쓰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조메
단조메 기법은 색상과 색조에 미묘한 차이를 두어 그라데이션 효과를 냅니다. 원단을 단계적으로 염색하는데, 단계를 거칠 때마다 염료에 담그는 원단의 위치를 바꿔주는 방식입니다.
노련한 장인의 솜씨로 원단에 연출한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그라데이션 효과
시보리조메(홀치기 날염)
단을 뭉치거나 묶거나 접어서 염색하면 염료가 물들지 않은 흰 부분이 군데군데 남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염색하는 시보리조메 공정을 거쳐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시보리조메(홀치기 날염) 기법은 각종 염색 기법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방식
무라쿠모조메
이 방식은 시보리조메 기법의 변형입니다. 원단을 뭉쳐서 염색해 일부러 색상과 색조가 균일하지 않게 염색함으로써 무늬를 만드는 기법입니다.
무라쿠모조메 기법으로 만든 독특한 무늬
이타지메시보리
이것도 시보리조메 기법을 변형한 또 다른 기법입니다. 원단을 접어서 다양한 모양으로 깎은 나뭇조각 사이에 끼웁니다. 이 방법으로 염색하면 기하학적인 무늬나 비대칭 무늬를 낼 수 있습니다.
이타지메시보리 기법으로 만든 대담한 무늬
밧센
먼저 원단에 골고루 쪽빛을 입힙니다. 그런 다음 미리 염색한 원단에 스텐실 도안을 올립니다. 스텐실 도안에 화학약품을 발라 색이 옅은 부위에 정교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섬세한 디자인 패턴을 연출할 수 있는 밧센 기법
여러 가지 염색 기법 중에 가장 까다로운 기법은 로케쓰조메(납염)라고 합니다. 밀랍을 녹여서 원단에 그림을 그려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기법입니다.
나만의 아이조메 원단 만들어보기
아이노 야카타는 역사 박물관으로, 아이조메 기법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원단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직원이 각각의 공정을 영어로 안내합니다. 체험을 마치는 데 약 20분이 소요되며,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됩니다. 원단의 종류와 염색 방법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조메 방식으로 손수건을 염색하는 방법을 아래에 자세히 소개합니다.
아이조메 제작 방법
1. 우선 염색할 기본 재료를 구매합니다. 손수건, 테누구이(일본 전통식 손수건), 수건, 실크 스톨(숄의 일종)과 후로시키(보자기) 중에서 고를 수 있습니다. 손수건을 단조메 기법으로 염색하는 것이 아이조메 염색 체험 중 가장 간단한 방식입니다.
일곱 가지 염색 무늬 중에서 선택 가능
2. 염색 과정 중에 손수건을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손수건 맨 위에 대나무 막대기를 붙입니다. 염색 공정의 첫 단계로 원단의 삼 분의 일을 염료에 천천히 담급니다. 원단을 똑바로 잘 잡고 염료에 담그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조메 염색 기법의 첫 단계
3. 원단을 담근 채 1분 동안 기다렸다가 들어 올립니다. 1분간 자연 건조 후 다시 염료에 담급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합니다.
원단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염료가 산화되어 색이 변함
4. 다음으로는 손수건 면적의 삼 분의 이를 염료에 1분간 담그고, 다시 1분 동안 자연 건조합니다. 손수건 면적을 삼등분하여 차례로 염색하면 염료에 오래 담근 부분일수록 색이 진하게 나와 단순한 그라데이션 무늬가 생깁니다.
단조메 염색 공정의 두 번째 단계
5. 손수건을 위아래로 거꾸로 뒤집어 대나무 손잡이를 붙인 다음, 손수건 전체를 염료에 담그고 1분 동안 기다립니다. 이 시점에 원단은 아직 짙은 녹색입니다. 쪽빛을 내려면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았습니다.
염색 체험의 마지막 단계
6. 손수건을 1분간 자연 건조한 뒤 물기를 완전히 짜내고 넓게 펼칩니다. 물에 빠는 순간 손수건 색깔이 선명한 쪽빛 파랑으로 변합니다.
염색 공정의 마지막 순간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쪽빛
7. 마지막으로, 손수건을 꼭 짜서 물기를 완전히 없애고 말린 다음 다림질로 주름을 펴줍니다.
1분씩 염료에 담갔다가 자연 건조하는 과정을 약 30번 정도 반복하면 강렬한 쪽빛 파랑이 완성되는데, 이 색을 가치이로라고 부릅니다.
아이조메 염색 체험을 마친 다음 박물관 안을 둘러보며 다양한 전시물도 구경하세요. 아이노 야카타는 한때 아와아이(도쿠시마의 쪽빛염색 제품)를 생산하는 데 쓰였던 전통 도구 약 100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는 도쿠시마 문화유산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며, 일본 정부에서 중요 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박물관 구경을 하면 한나절이 금방 지나갑니다. 패널 디스플레이에 영문 설명이 있습니다.
아이노 야타카 역사 박물관에 소장된 다양한 중요 문화재
희귀한 아이조메 제품 쇼핑
도쿠시마에 여행을 왔다면 람푸야(Rampuya)에서 기념품을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상점은 1912년부터 운영해온 역사 깊은 곳으로, 천연 쪽 염료로 염색한 아이조메 제품을 취급합니다. 천연 잿물 발효법으로 염색한 물품은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쪽빛염색 제품 중에서 이 방식으로 제작하는 수량은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람푸야에는 일본 정부에서 전통 공예품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직물 제조법인 아와쇼아이 시지라오리라는 기법으로 만든 물품도 있습니다.
다양한 오리지널 제품을 구비한 람푸야
아와쇼아이 시지라오리는 가볍고 시원한 면직물입니다. 람푸야 매장에 진열된 물품 중에는 유카타나 진베이, 테누구이와 후로시키 등 일본에서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의류나 천으로 된 소품 등이 많습니다. 셔츠나 스카프 같은 현대적인 물품도 있습니다. 고유한 색상을 그대로 유지하며, 입어서 닳을수록 색조가 깊어지는 아이조메 데님 제품도 취급합니다.
일본의 전통 실내복인 사무에입니다. 스톨과 쥘 부채도 판매합니다.
도쿠시마는 쪽 염색이라는 세계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이조메라는 전통 예술을 직접 체험해보고 기념으로 일본의 독특한 전통 공예품을 구입해 집까지 추억을 가져가세요.
Watanabe’s와타나베 겐타 씨의 공장을 관람객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방문을 예약하세요. |
아이즈미초 역사 박물관(아이노 야카타)예약하지 않아도 되며, 당일 등록도 가능합니다. 프로그램을 마치는 데 약 20분이 소요됩니다. 체험 프로그램 이용료는 염색할 품목에 따라 각기 다릅니다 |
홈페이지:https://discovertokushima.net/ko/culture/museums_history/aizumicho-historical-museum-ai-no-yakata/ |
Rampuya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
홈페이지:http://rampuya.com |
도쿠시마현 |
홈페이지:https://www.pref.tokushima.lg.jp/ko/japanese/natural_culture/traditional_culture/awa-ai |
일본 정부 관광청 일본 문화유산 안내 공식 홈페이지 |
홈페이지:https://www.japan.travel/japan-heritage/full_list#shikoku-reg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