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1
장건재 감독과 함께한 일본 소도시 여행 토크 콘서트 <숨겨진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은
<한여름의 판타지아>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에 개봉해 세 달 동안 전국 50개의 극장에서 상영했다. 그와 함께 이번 일본정부관광국의 ‘숨겨진 판타지아’ 일본 소도시 여행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게 되었던 이유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의 소소한 배경들을 그의 필름 안에 담아내었기 때문. 흔히 일본에서 찍은 영화라고 하면 도쿄, 오사카 같은 큰 도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나라현에 속한 작은 마을인 ‘고조시(五條市)’에서 영화를 찍었다.
나라현 고조시에 가게 된 이유
<한 여름의 판타지아> 영화를 찍기 전까지 장건재 감독은 일본과 어떠한 연고도 없었고, 일본말도 전혀 할 줄 몰라 일본 통역사 분도 촬영 내내 함께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현 고조시를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그곳에서 평생 영화를 찍어온 ‘가와세 나오미’라는 여자 감독 때문. 그녀는 지난 9월 개봉한 ‘앙 단팥이야기’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우연히 가와세 나오미 감독과 연이 닿았고, ‘나라현’이라는 지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번 그곳에서 영화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일본 작은 도시의 매력
장건재 감독이 처음 고조시를 갔을 때 받았던 느낌은 ‘황량하고 고요하다’는 것이었다. 많은 상점들의 문이 닫혀있었고 인적도 드물어 돌아다니는 내내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야 할까’라는 고민이 계속했다고 한다. 고민하던 차에 감독이 직접 돌아다니며 고민을 하고 있는 경험을 토대로 영화로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야기가 영화의 반 정도 되는 분량을 채우고 있다.
그의 영화 대부분의 장면은 어느 날 갑자기 마주친 우연함을 통해 필름에 담아내었다. 영화의 시작도 그러하다. 장소 헌팅을 하다 머리 좀 식힐 겸 간판 없던 카페에 들어갔는데, 어느 노부부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 공간은 노부부에게 4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카페이자, 동네 친구들에게는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대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이 작은 가게의 소박한 토스트와 커피세트가 인상 깊게 남아, 영화의 오프닝을 이 장소에서 시작하게 된다. 장건재 감독처럼 영화 속 주인공인 감독이 카페 한편에 앉아 카페를 바라보는 장면이 영화의 첫 시작이 된 것이다. 고조시에서 처음 받았던 느낌을 노부부의 카페가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영화를 만드는 것과 여행을 하는 것이 비슷하다. 흔한 관광지보다도 현지인만 알 수 있는 ‘집 근처 밥집’, ‘자주 가는 목욕탕’, ‘지하철역 근처 가장 맛있는 라멘집’ 등이 더 궁금했으니까. 여행을 할 때 늘 숙소를 중심으로 원을 크게 돌며 골목골목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예기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 의도치 않은 새로운 곳에 가게 될 때 진정으로 여행이 시작했다고 느낀다. 그리고 영화도 그러한 방법으로 고조시의 풍경을 담아내었다. 예기치 못하게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이 튀어나와 방해를 하여 원하는 장면을 찍지 못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되지 않았지만, 수난이 많았던 만큼 감독은 여행을 하며 작품을 완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장건재 감독에게 일본 나라현의 고조시는 소박함과 정갈함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한적함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작은 가게들의 소소함, 그리고 우연히 그곳을 찾은 반가운 손님들에게 나누어주는 정. 이것이 바로 일본 작은 도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저 바라보면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공간의 매력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면 더 재미있게 여행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일본 소도시의 매력을 담고 있는 추천 영화
1. 릴리슈슈의 모든 것 이 영화에서 오키나와 섬은 어떻게 보면 일상에서 탈피한 판타지의 세계로 넘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오키나와 사투리는 일본 사람들도 잘 못 알아들을 정도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주도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좀 더 이국적인 섬이기도 하다.
2. 소나티네 이 영화 역시 오키나와 섬에서 찍은 영화. 영화 속에서도 오키나와는 여행지로써라기보단 도피공간, 다른 시공간으로 설정이 되어 있다.
3. 걸어도 걸어도 일본의 지방 소도시는 부모님이 사는 집, 고향으로 설정되어있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집밥, 고향집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글: Ceci 에디터 안혜미
사진: 포토그래퍼 김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