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부 곳곳의 지역 음식을 맛보세요

지역 음식은 기후, 그리고 산지와 해안가 등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홋카이도와 일본해 연안 지역은 깊고 차가운 해류에서 난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합니다. 곡창 지역인 도호쿠는 쌀 요리와 감칠맛 나는 사케로 명성이 높습니다.

홋카이도: 신선한 풍미가 가득한 보고

매년 가을에는 연어들이 산란을 위해 홋카이도로 돌아옵니다. 그 덕분에 홋카이도에서는 연어 요리가 발달했습니다. 연어와 야채를 함께 끓인 전골 이시카리나베, 연어와 야채를 구워 된장 소스로 양념한 찬찬야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홋카이도의 드넓은 평야에서는 양 목축도 많이 이루어지며, 이를 바탕으로 양고기 요리 징기스칸이 유명해졌습니다. 징기스칸은 푸짐하게 구워낸 양고기와 야채를 함께 먹는 요리로, 홋카이도의 일반 가정에도 오직 징기스칸 요리를 위해 구멍 뚫린 냄비를 준비해둔 곳이 많습니다. 홋카이도 주민들은 집에서 현지 향토 요리를 즐겨 먹습니다.

도호쿠: 쌀의 땅

도호쿠는 깊은 풍미과 식감이 뛰어난 고품질의 쌀이 나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쌀이 온 국민의 밥상에 거의 빠지지 않는 일본에서 이 정도의 찬사를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일입니다.

기리탄포나베는 밥을 봉 모양으로 뭉친 다음 ‘다시’ 육수에 닭고기, 야채와 함께 끓인 전골 요리입니다. 도호쿠 지방의 아키타에서 명물로 꼽히는 요리이기도 합니다. 몇 세대에 걸쳐 전해진 요리법은 손님 맞이에 꼭 필요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도호쿠 지방의 해안가에서는 갓 지은 밥 위에 신선한 회를 얹은 덮밥, 가이센동이 유명합니다. 내륙과 산간 지방에서는 현지의 수확철에 따라 다양한 뿌리 채소를 이용한 요리가 명물입니다. 좋은 예로 토란 등의 뿌리로 만드는 이모니 전골이 있습니다. 

역으로 미야기 지방은 숯불에 구운 소 혀 구이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요리의 이름은 ‘규탕’입니다. 부드럽고 얇게 썬 육류 요리는 현청 소재지 센다이에서 탄생해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명품 쌀의 산지로 유명한 도호쿠에서 현지 쌀을 사용해 일본 최고의 사케를 만든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도호쿠의 이자카야 주점들은 향토 요리와 어울리는 현지 사케를 구비하고 있어 독특한 맛을 다양하게 체험해보실 수 있습니다.

도쿄: 시타마치의 맛

마천루가 솟은 스카이라인도 유명하지만, 도쿄 도심의 ‘시타마치’에서는 에도 시대(1603~1867) 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미루어볼 수 있습니다. 낮은 곳에서 한층 느릿느릿 흘러가는 분위기와 함께 향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 요리의 기원은 에도 시대 어촌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몬자야키는 아랫동네라는 뜻인 ‘시타마치’에서 탄생했으며, 하층 계급이 즐겨 먹는 요리였습니다. 밀가루, 소스, 다시 육수 반죽을 그릴에 볶아주는 몬자야키 식당에는 테이블에서 손님이 조그만 철제 주걱을 사용해 요리하고 스스로 먹도록 뜨거운 철판이 있습니다. 몬자야키의 매력은 다양한 토핑을 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추, 고기나 해산물, 치즈, 모찌 떡 등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넣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도쿄식 전통 요리로는 후카가와동이 있습니다. 후카가와동은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시루와 설탕을 넣고 끓인 바지락조개를 쌀밥에 얹어 먹는 덮밥입니다. 과거 후카가와 지역에는 어촌이 번성했었습니다. 도쿄만 간척 공사로 이러한 생활 양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나, 현지 요리법은 오래 전 어부들이 남긴 흔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간토: 간토의 드넓은 평야는 명물 요리로 가득합니다

간토 지역에는 도쿄 외에도 수많은 향토 요소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일곱 현에는 제각기 향토 요리와 제철 요리가 있습니다.

아귀를 넣고 끓인 전골인 앙코나베는 겨울철 이바라키에서 자주 먹는 요리입니다. 비록 아귀가 못생기긴 했지만 맛이 좋으니 꼭 한 번 드셔보세요. 

근처 도치기의 우쓰노미야는 ‘교자의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도시 최고의 교자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니 여러 음식점을 다니며 가장 마음에 드는 교자를 찾아보세요. 

한편 군마는 야키만쥬로 유명합니다. 구운 만쥬 꼬치 위에 된장 소스를 발라 화로에 그대로 구워낸 야키만쥬는 이른바 군마의 ‘소울푸드’로 꼽힙니다. 

치바의 향토 요리는 나메로입니다. ‘나메루’는 혀로 핥는다는 뜻의 일본어로서, 접시를 핥아먹고 싶어질 정도로 맛있는 요리라는 의미에서 나메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나메로는 잘게 다진 생다랑어를 파, 생강, 미소 된장과 함께 버무려 만듭니다. 요리를 즐기기 좋은 시기는 5월부터 6월까지입니다.

고시네츠: 일본 동부 산맥을 따라 풍부한 수확물로 축복받은 곳

도쿄 북서쪽 산간 지대는 오늘날 니가타와 나가노를 이루며, 맛있는 소바 메밀 국수로 유명합니다. 11월이 되면 갓 만든 소바와 메밀로 만든 요리를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이 지방으로 몰려옵니다.

나가노에서는 오야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쫄깃한 메밀이나 밀가루 반죽을 사용한 일본식 만두로, 속에는 단팥이나 야채 소를 채웁니다.

후지산이 자리했으며, 나가노처럼 주변에 바다가 없는 야마나시에는 ‘호토’라는 명물이 있습니다. 호토는 야채와 널찍한 우동 면발을 된장국에 넣고 끓인 요리입니다.

지금까지 풍부하고도 다양한 요리의 역사가 깃든 일본 동부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요리를 소개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