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정 나가사키와 사가: 문화적 다양성과 도예 전통을 간직한 도시 Like a pair of spectacles

항구 도시 나가사키는 일본이 쇄국 정책을 펼치며 외부에서 외국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시기(1641~1854)에 유일하게 개방했던 곳입니다. 국제 무역이 융성했으며 한반도, 중국 본토, 동남아시아와 가까워 일본 역사에서 가장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러한 문화 다양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깃든 나가사키의 건물을 돌아보며 여행 중이라면 1620년 중국인 수도승이 지었다는 고후쿠지에서 시작해보세요.

도시의 데라마치(사원의 거리) 중심에 자리잡은 사원은 기독교가 금지되고 기독교인이 심한 박해를 받던 시절, 중국에서 건너온 승려들이 스스로 불교 신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다른 일본식 사원과 달리 독특한 중국 건축 양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후쿠지는 일본의 선불교 중 오바쿠 종파의 발원지이기도 합니다.

고후쿠지에서 잠깐 걸으면 나카시마강을 가로지르는 메가네바시교가 나옵니다. 이 명칭은 '안경 다리'라는 의미입니다. 석조 아치가 수면에 반사된 모습이 안경과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중 아치 다리는 바위로 만들어졌으며 1634년 고후쿠지에 살았던 중국 승려가 건립했다고 합니다.

나가사키의 데라마치에는 소후쿠지 사원도 있습니다. 이곳은 내측문과 대불당이 유명한데, 명나라 시대(1368~1644) 중국 닝보에서 중국풍 건축 양식으로 먼저 만들어진 것을 모두 해체해 일본으로 가져와 다시 조립한 것입니다.

해마다 7월 하순이면 오본 축제를 위해 일본 전역에서 중국인들이 이곳에 모여듭니다. 오본 축제는 조상들의 혼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중요한 음력 행사 중 하나입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기독교인을 사형에 처했습니다. 프랑스 선교사가 1864~1865년경 설립한 오우라 천주당은 1597년 신앙을 이유로 처형당한 26인의 순교자를 기리는 곳입니다.

오우라 천주당은 근대 유럽풍 건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서구식 건축물로는 드물게 일본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인접한 박물관에서는 일본 기독교가 거쳐온 박해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우라 천주당에서 도보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구라바엔에서 19세기 나가사키에 살았던 서양 무역상의 자취를 따라가 보세요. 옛 도시가 자유무역항으로 개방된 후 외국인이 살았던 거주 지역으로 고풍스러운 유럽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언덕이 많은 공원에 자리잡은 6채의 화려한 서양식 건물과 함께 도시와 항구의 아름다운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중 하나는 옛 구로바 하우스로서, 스코틀랜드 상인 토마스 글로버(1838~1911)가 거주했던 건물입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이 투하된 도시입니다. 1945년 8월 9일 원폭 지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평화공원은 현재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매년 10m 높이의 평화 조각상 앞에서 추모제가 열리며 이날을 기립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차이나타운인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며 나가사키에서 보내는 하루를 마무리해보세요. 짬뽕 국수를 비롯해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며 일본 전역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나가사키 특선 요리를 즐겨보세요.

차이나타운은 매년 음력 정월 15일에 열리는 나가사키 등불축제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축제 기간에는 1만 5천 개에 달하는 다채로운 등불이 나가사키를 환하게 밝힙니다.

400년 동안 이어진 역사가 깃든 사가현의 아리타 는 일본 도자기의 기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제작한 도자기는 거의 투명한 백자의 색감과 그 위에 독특하고 생생하게 그린 그림 등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마을은 유럽 수집가들이 '이마리 도자기'라고 부르는 도기를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근처에서 도자기를 수출하던 항구 도시 이마리시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17세기와 18세기에는 유럽의 귀족과 왕족, 그리고 터키에서도 이 도자기를 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아리타 도자기 미술관을 방문해 아리타 도자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소박한 내륙 도시에서 어떻게 모든 것이 시작됐는지 살펴보세요. 한편 아리타는 도자기로 함께 이름난 독일의 마이센과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마에몬은 거의 400년 동안 사업을 운영해왔으며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도자기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이마에몬 고도자기 미술관을 방문해 수 세기에 걸쳐 전해진 기법을 통해 다채로운 유약을 반복해 칠하며 이로나베시마 도자기를 빚어내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매년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골든 위크에 열리는 아리타 도자기 시장 은 현재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4km에 달하는 사라야마 거리에서 약 500개의 매대가 문을 열고 온갖 종류의 도자기를 다양한 가격에 판매합니다.

오카와치야마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은 사가현을 다스리던 나베시마 일족이 과거 철저한 통제 아래 ‘이로 나베시마’, ‘나베시마 소메츠케’, ‘나베시마 청자’ 등과 같은 명물을 생산하던 장소이자, 나베시마 일족의 전용 가마가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오카와치야마 마을과 가마 주변을 거닐며 풍부하고 독특한 일본 도자기의 특징을 몸소 느껴보세요. 나베시마한요 공원에서는 현대 도예 작품들과 함께 다수의 계단식 가마를 볼 수 있습니다.

가라쓰 는 겐카이 바다를 바라보는 해변 도시입니다. 가라쓰 도자기의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4.5km에 달하는 가라쓰만의 아름다운 모래사장에서 무성하게 자라난 검은색 소나무 사이를 산책해야 진정으로 가라쓰 여행을 즐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채로운 색감의 아리타 도자기와 진중한 무게감이 있는 이마리 도자기와 비교했을 때 가라쓰 도자기는 보통 흙 고유의 색감을 살린 경우가 많습니다.

1608년 축조한 가라쓰성은 날개를 펼친 학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고 전해집니다. 가라쓰만을 바라보는 전망대에서는 근사한 해안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어 성 주변의 공원을 돌아보세요. 벚나무와 등나무들이 봄마다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가을이 되면 가라쓰 쿤치 축제 가 열려 수레가 행진하는 소리로 마을이 떠들썩해집니다. 현지에서는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히기도 합니다.

가라쓰 신사 앞에 위치한 히키야마 전시관에서는 히키야마(거대한 수레)를 상시 전시합니다. 히키야마의 바닥 부분은 목재나 점토로 만든 틀 위에 와시 종이를 수백 장 겹쳐 붙인 뒤 붉은색, 금색, 은색으로 칠해 완성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역사는 신사에서 바치는 제물로 붉은 사자를 만들었던 18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신 정보와 다를 수 있으므로 공식 웹사이트의 내용을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사가현에서 동쪽 방면으로 가다 보면 이토시마 반도와 만나게 됩니다. 해변의 천국인 이곳은 후쿠오카시 도심에서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등산로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닷가가 방문객을 맞이하는데,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와 함께 “부부” 바위가 밧줄로 묶인 모습으로 유명한 메오토 이와 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