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빛나는 세계 유산을 지탱하는 희귀한 기술, 조보지 옻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지탱해 온 옻이란?

 

일본의 옻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9000년 전 조몬 시대의 유적에서 옻칠을 한 장식품이 발굴되고 있다. 옻칠을 한 제품은 내구성이 좋고 장식하기 용이해서 매일 사용하는 그릇부터 공예품,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불상에까지 폭넓게 사용되며 일본의 생활과 문화를 지탱해왔다. 세계적으로도 일본의 칠기는, 예전부터 대항해 시대에 일본을 방문한 유럽인을 비롯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등 왕후 귀족에게 사랑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옻은 와지마누리나 쓰가루누리와 같은 칠기 브랜드가 유명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옻을 채취할 수 있는 산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게 이와테현 니노헤시 조보지에서 만들어지는 옻입니다. 이번에는 이 옻의 매력과 현대에는 희귀해진 전통 기법(옻칠, 옻칠 채취)에 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최대의 옻 생산량을 자랑하는 이와테현

 

혼슈의 동북부에 있는 동북 지방 내 6곳의 현 중 하나인 이와테현은, 이와테산과 기타카미 산지와 같은 웅장하고 큰 산들과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의 태평양이 펼쳐지는 자연이 풍부한 지역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히라이즈미로 유명하고, 주철물을 사용해 만드는 남부 철기의 생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Mt. Iwate, also known as Nanbu Fuji (Southern Fuji) (left). A Nanbu tekki cast iron teapot made by a metal artisan (right)

'남부 후지'라고 불리는 이와테산(왼쪽) 전통 공예사가 만드는 남부 철기(오른쪽)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2시간 40분, 이와테현의 북서부에 있는 니노헤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니노헤시 조보지 지역은, 옛날부터 칠기 제조와 옻을 생산하는 문화가 뿌리내린 곳이다. 현재 일본에서 유통되는 옻 중에서 일본산 옻은 불과 3%지만, 그중 약 70%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조보지 옻이다. 그 전통 기술은 장인의 손으로 계속 계승되었으며, 이와테현 히라이즈미초의 주손지 곤지키도교토부의 금각사, 도치기현닛코의 신사와 절과 같은 세계 유산을 비롯해 국가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뛰어난 것에 지정하는 국보나 중요 문화재 건축물의 보존과 복원에 빠지지 않는 소재이다.

 

Joboji lacquer is an important component of the ongoing restoration of Nikko Toshogu Shrine, due to be completed in 2024.

닛코 동조궁에서도 조보지에 쓰인 옻칠 기법을 볼 수 있습니다.

 

옻이 사용된 세계 유산 중 일본 국보 건축물 제1호로 유명한 것이 주손지 곤지키도다. JR 도호쿠 본선 히라이즈미역에서 버스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주손지는 850년에 창립되었다. 12세기 초 당시 이 땅을 다스리던 무장이 도호쿠 지방 일대에서 계속된 전란으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의 혼을 달래고 미래의 평화를 기원하며 사원과 절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Structures at Chusonji Temple, surrounded by cherry blossoms.

만발한 벚꽃에 둘러싸인 주손지. 사진 제공: Chūson-ji Temple

 

그 안에 있는 주손지 곤지키도는 창건 당시의 모습을 현재까지도 간직한 유일한 유구(遺構)다. 눈부시도록 화려한 금박으로 덮인 종묘는 극락정토의 모습을 구현한 세계다. 그 디자인에는 옻칠한 표면에 금가루와 은가루로 무늬를 넣는 마키에와 옻칠한 표면에 박는 나전 등 조보지 옻을 사용한 당시의 공예 기술이 집약되어 있어, 미술 공예품과 같은 빛을 발하고 있다. 곤지키도는 1962년부터 6년에 걸쳐 복원이 진행되었으며, 많은 양의 조보지 옻과 장인들의 힘으로 지금도 장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The Konjikido of Chusonji Temple. Joboji lacquer was used as an adhesive as well as for decoration.

주손지 곤지키도. 조보지 옻은 접착제로도 활용한다. 사진 제공: Chūson-ji Temple

 

20년 동안 키운 나무에서 채취하는 '피 한 방울'

 

조보지 옻을 활용한 칠기는 조보지누리라고 불린다. 그 기원은 1200년보다 더 이전에, 현지인의 존경을 받던 승려들이 매일 식사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그릇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지역은 옻나무도 풍부했기에, 얼마 안 있어 옻칠하는 기술도 서민들에게 퍼져 발전했다.

 

A lacquer auction around 1935.

1935년경 옻 입찰회.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희귀한 조보지 옻은 고가로 판매되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그 뒤 일본이 개국한 후 남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후쿠이현에서 타관으로 떠나 돈을 벌던 장인이 이와테까지 오게 되었고, 옻나무에서 더 많은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기법을 널리 알렸다. 옻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20세기에 들어선 후 일본 전국에서 조보지누리의 수요가 높아졌고, 판로는 해외로까지 확장되어 일본 내에서 유일한 명산지가 되었다.

 

조보지누리는 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우루시가키 장인과, 누시라고 불리는 그릇에 바르는 장인이 분업하여 만든다.

 

조보지 옻의 우루시가키는 2020년 12월에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록된 특수한 기술이며 다음과 같은 공정으로 진행된다.

 

Very few individuals can both extract their own lacquer and apply it to dishes and bowls.

직접 옻을 채취하여 그릇에 바르는 우루시가키 장인 겸 누시도 드물게 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야마이리~메타테

6월 초, 한 해에 채취하는 나무의 개수를 정한 후 옻나무 주변의 잡초를 제거해 발 디딜 곳을 확보하고, 옻나무 주위로 바람이 잘 통하게 하는 '야마이리'를 진행한다. 그 후 6월 중순에 나무뿌리에서 20cm 정도 위에 있는 줄기에 2~3cm흠을 내고, 그곳을 기준으로 위쪽으로 약 30~40cm마다 똑같이 흠을 내는 메타테를 한다.

 

The process of scoring the trees produces more sap.

메타테로 나무에 자극을 줌으로써, 수액의 분비가 왕성해지도록 만든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헨가키

4일 후 메타테로 낸 흠 위에 조금 길게 흠을 낸다. 그 흠에서 옻이 스며 나오면 주걱으로 긁어낸 후 전용 용기에 넣는 헨가키를 진행한다. 6월부터 7월 중순쯤에 채취한 옻은 하쓰헨,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채취한 옻은 사카리헨,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채취한 옻은 스에헨이라고 불린다.

 

Hatsuhen (early extraction). The lacquer has different names and different properties, according to when it is extracted.

하쓰헨. 같은 나무에서 채취한 옻이라도 시기에 따라 부드러움과 발림성, 색이 다르므로 부르는 이름도 바뀐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우라메가키~도메가키

'스에헨' 이후 아직 흠을 내지 않은 나무줄기의 뒷면에 흠을 내서 옻을 채취하는 우라메가키를 한 후, 나무에 한 바퀴 돌려 흠을 내서 수액의 흐름을 완전히 차단하는 도메가키를 하면 옻 채취는 끝난다.

 

Rear surface extraction. (left) Tappers even extract sap from the tree’s branches. (right)

우라메가키 (왼쪽). 여기에 나무줄기에 남은 옻을 긁어내는 에다가키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오른쪽). 사진 제공: Ninohe City

 

옻나무는 15~20년의 세월에 걸쳐 성장하며, 약 5개월 동안 마지막 한 방울까지 채취한 후 벌채한다. 이 방법은 '고로시가키'라고 불리며, 한 그루의 나무에서 채취할 수 있는 옻의 양은 불과 약 200g이다. 희귀하고 고가이기에 조보지 옻은 '피 한 방울'이라고 불리며, 한 그루마다 나무의 성질을 확인 후 효율적으로 채취하는 우루시가키 장인에겐 오랜 기간 길러 온 숙련된 기술과 인내력이 필요하다.

 

A lacquer tapper carefully selects a tree and makes a series of cuts to tap the sap.

일반적으로 연간 400개의 옻나무에서 약 75g을 채취하면 능력 있는 우루시가키 장인으로 인정받는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니노헤시에서는 옻나무 숲을 유지하기 위해, 현 내의 기업이나 단체와 함께 옻나무 숲 조성 사업을 시행하고, 현 내에서 나무를 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 기법으로 덧칠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빛나는 조보지누리

 

조보지 옻은 긴 세월에 걸쳐 채취한다. 그 품질의 차이를 누시인 미스미 유미 씨에게 물었다. 미스미 씨는, 니노헤시가 운영하며 조보지 옻 전문 칠기 제작 공방으로서 옻의 매력을 알리는 데키세이샤에서 칠기 제작을 담당하는 장인이다.

 

Yumi Misumi (left), a lacquerer for 11 years is involved in event planning and branding aimed at promoting Joboji lacquer.

누시 경력 11년인 미스미 씨(왼쪽)는, 제작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조보지 옻을 부흥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먼저 일본의 옻은 외국산보다 옻의 주성분인 우루시올 함유율이 높고 과일 향이 납니다. 그중에서도 조보지 옻은 다른 산지의 옻보다 발림성이 좋고, 굳은 후 표면이 단단해서 튼튼하고 오래 유지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축물을 복원할 때 사용됩니다."

 

Gleaming, jet-black Joboji lacquer being filtered. Photo credit: Ninohe City

칠흑의 빛을 내는 희귀한 조보지 옻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걸러서 사용된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데키세이샤가 목표로 하는 칠기는 일상 속에서 편하게 사용되는 생활 밀착형 칠기다. 옻의 산지이기에 현지에서 채취한 옻을 100% 사용한, 단단하고 아름다운 칠기의 제작을 고집합니다."

 

이러한 칠기는 전통 제법인 '덧칠하기'라는 기법으로 제작됩니다. 먼저 처음으로 옻을 칠하지 않은 나무에 생 조보지 옻을 듬뿍 스며들게 하는 기가타메를 한 후, 직접 정제한 옻에 벵갈라를 섞은 밑칠용 옻을 바른다.

 

Applying the undercoat.

밑칠 작업. 사진 제공: Ninohe City

 

밑칠 후 표면을 부드럽게 하고 옻의 밀착성과 강도를 높이기 위해 방수 종이나 숫돌 등을 이용해 연마한다. 그 후 덧칠과 연마를 여섯 번 정도 반복하는 중간칠을 하여 옻만으로 층을 만든다.

 

Applying the second coat.

중간칠 작업. 사진 제공: Ninohe City

 

마지막으로 옻을 직접 정제한 후, 티끌이나 먼지를 묻히지 않도록 전용 방에서 마무리칠을 하여 완성한다.

 

Applying the topcoat. Very few studios use precious Joboji lacquer for all coats.

마무리칠 작업. 모든 공정에서 희귀한 조보지 옻을 사용하는 공방은 몇 안 된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기가타메부터 평균 3개월 동안 하나하나 장인의 수작업으로 정성스럽게 덧칠하여 만드는 조보지누리 칠기는, 심플한 디자인이며 무광택의 질감 속에 깊은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조보지 옻은 마지막에 광택을 내기 위한 연마를 일부러 하지 않습니다. 무광택의 질감을 즐기면서 매일 식탁에서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연마되어 갈수록 광이 납니다. '직접 가꾸는 칠기'로,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게 바뀌는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보지누리는 입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 피부에 찰싹 달라붙는 듯한 표면 감촉이 매력입니다."

 

조보지 옻 문화를 접하고 향토 요리를 만끽하다

 

니노헤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데키세이샤에서는 옻칠 작업을 하는 모습을 유리 너머로 견학할 수 있다. 솔로 세심하게 옻을 덧칠하는 솜씨를 비롯해 조보지누리 장인의 기술이 느껴진다.

 

Artisans filtering lacquer. The city of Ninohe is committed to training new generations of lacquer tappers.

옻을 거르는 작업을 하는 모습. 니노헤시에서는 우루시가키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또한 칠기 광택 내기 체험도 개최한다. 조보지 지역의 우루시가키나 옻칠에 관한 설명을 들은 다음 옻칠 판을 손에 들고 연마함으로써, 사용할수록 광이 나는 조보지 옻의 매력을 단시간에 느낄 수 있다.

 

The experience lasts around 40 minutes, and participants get to keep their tablet, which can be used as a key fob, phone strap, or bookmark.

체험 시간은 약 40분이다. 연마한 판은 스트랩으로 만들어 들고 가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쇼룸에서는 작가들이 조보지 옻으로 만든 다양한 칠기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같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기법과 디자인이 다른 개성 넘치는 칠기에는, 천연 소재를 사용한 나무의 촉감과 조보지 옻 특유의 광채를 융합한 이 지역만의 전통 공예의 매력이 가득하다.

 

Take a piece of lacquerware in your hands to feel its textural subtleties.

칠기를 실제로 만져 보면 질감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진 제공: Ninohe City

 

데키세이샤에서 편안하게 즐긴 후 방문하고 싶은 곳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조보지 역사 민속 자료관이다. 이 자료관에서는 우루시가키에 사용된 도구나 정성 들여 만든 오래된 칠기 등 옻에 관한 자료가 다수 전시되어 있으며, 그중 3832점이 국가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뛰어난 것에 지정하는 중요 유형 문화재다. 이곳에만 있는 귀중한 자료도 많기에, 조보지 지역과 옻의 깊은 역사, 문화를 배울 수 있다.

 

Japan’s largest exhibition on lacquer.

옻에 관한 전시는 일본 내에서 최대 규모다.

 

칠기를 사용해 향토 요리를 먹어 보고 싶은 사람은 주손지 앞에 있는 히라이즈미 레스트 하우스 내 레스토랑 겐(源)에 가보자. 주손지의 참배 길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에 있으며, 이와테현 내에서 생산한 재료를 엄선하여 만든 향토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 추천하는 요리는 히라이즈미 떡 한 상이다. 쌀 산지인 이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떡을 먹는 식문화가 뿌리내렸으며, 생강 풍미나 팥, 풋콩을 갈아서 으깬 즌다 등 여섯 종류의 떡이 칠기에 담겨서 나온다.

 

The Hiraizumi Mochi Gozen, an assortment of mochi dishes. Other popular choices include Iwate’s famous Maesawa beef, or soba noodles.

히라이즈미 떡 한 상. 이외에도 이와테의 명산물인 마에사와규와 메밀국수도 인기 있다.

 

정보

 

주손지

WEB:https://www.chusonji.or.jp/language_en/index.html  

데키세이샤

WEB:http://en.urushi-joboji.com  

조보지 역사 민속 자료관

WEB:https://www.ninohe-kanko.com/english/spot/joboji-museum-of-history-and-folklore  

히라이즈미 레스트 하우스

WEB:http://www.hiraizumi2011.jp/kr/index.html  

관련 링크

 

VISIT IWATE

WEB:https://visitiwate.com/ko/?redir

Hiraizumi Tourism Association

WEB:https://hiraizumi.or.jp/kr/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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